라쿠잔 온리 왕-5a)오드아이 이중인격 고양이형 미소년 개벽의 황제님과 이 몸이 두근두근★연애중이라니 그런 말도 안 되는 여성향 판타지 로맨스는 부디 다른 사람에게 추천해주겠어?
문의는 @KB_Ekk 쪽이나 irius_★naver.com으로 부탁드립니다.
1. 흔히 있던 세계정복/소설, 36p/적(보쿠)X먹X적(오레)/3000원
외전 후, 사귀고 있던 아카시(오레)와 마유즈미 사이에 아카시(보쿠)가 나타납니다. 그를 돌려보낼 방법을 찾을 동안 잠시 마유즈미에게 그와 함께 있어달라고 부탁하는 아카시(오레). 그를 어떻게 대해야할지 모르겠는 마유즈미와 미묘한 관계의 아카시.(보쿠)
마유즈미 일인칭으로 진행됩니다.
※엔딩이 두 가지입니다. 주의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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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프롤로그
비일상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아, 정정하지. 비일상이란건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일상이라는 지극한 평범한 단어를 단순히 한번 꼰 것뿐인데도, 그 평범하지 않음이 전제되는 특이점이란 결국 우습게도 현실에 절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작가들은 비일상이라는 이름 아래 단순히 현실과 다른 세계를 지긋지긋한 판타지 풍으로 보여주지 않기 위해 '어때, 이쯤 되면 있음직하지? 진짜 같지?' 라는 이야기를 전개해 써 내려가는데─뭐, 결국 그 거짓말이 재밌으니까 봐 주는 거다. 가볍게 읽자─가 내 생각이고. 어려운 과학적 설정이나 새로운 창작 국가들이나 드래곤 사이의 천년 전쟁사같은건 질색이다. 머리만 아파진다.
서두가 길었다. 이 이야기를 딱히 책으로 낼 생각은 없지만 (이야기를 쓰는 건 취미가 아니다. 재능도 아마 이쪽으론 없을 것이다. 아카시의 안목에 따르자면 그나마 내게 비평가로서는 자질이 있음직하다지만 사실 이것도 그 나름의 칭찬인 듯싶어 완전하게 믿을 순 없었다.) 어쨌든 시작이라는 건데 어디서부터 말해야하지? 아카시와 사귀기 시작한 것? 아카시와 옥상에서 만난 것? 후자는 아마 이걸 보는 네가 이미 알고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물론 농담이다. 이런 농담에 빨리 익숙해지는걸 추천한다. 앞으론 농담이라는 말도 하지 않고 이런걸 몇 번은 더 해댈 거 같으니.
고백─에 대해서도, 딱히 할 말은 없다. 나의 졸업식 후 아카시가 바로 고백했고, 나는 받아들였다. 좀 더 드라마틱한 전개를 기대했다면 무리. 바란다면 순정만화를 사서 보길 바란다. 아카시는 그저 내가 라쿠잔 농구부를 나온 지금인 아직도 내가 흥미롭고,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다분하다면서 굉장히 고급적인 단어를 섞어, 냉정한 판단력으로 결론을 내린 듯이 내게 차분하게 말했다. 전반적으로 그가 한 말의 분위기는 우리가 처음 옥상에서 만났을 때와 비슷했지만 전혀 다르게 느껴졌다. 그리고 아카시가 말하길 마유즈미 선배도 아카시 세이쥬로에게 흥미를 느껴준다면… 혹은 다른 감정을 느껴준다면, 좋겠다고 무려 무언가를 바라는 말을 했다─ 우월감을 조금이나마 느낀 건 사실이다. 내가 우월감을 느낄 만큼 녀석은 대단하긴 했다. 결국 완전히 사귄다거나 연애 같은 달짝지근한 정도는 아니지만 우리는 어떠한 단어로 형용할 수 없는 관계를 맺었다. 그냥 마유즈미 치히로와 아카시 세이쥬로의 호감도가 보통 이상을 달성했습니다! 이 정도려나. 앞으로 MAX를 찍는 건 천천히 해나가도 괜찮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다가 저번 주에 키스까지 해버렸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키스 후 그녀석의 부끄러워하는듯한 머쓱한 얼굴은 볼 만 했다. 심지어 그 후 자기 얼굴을 보지 말아달라고 했다. 이런 건 모 아이돌 리듬게임 UR카드의 가챠확률보다 보기가 낮아 보이는데, 내겐 점차 이 빈도수가 Rare카드가 되는 거 같기도 하고. 그냥 UR로 있어주길 바라기도 하고. 이래저래 이벤트씬은 난관. 모 게임처럼 선택지를 잘못 골라 죽는 일은 없지만 말입니다. 만약 루트가 잘못되어 3학년부터 다시 플레이하라고 한다면 나는 최대한 안 아프게 죽는 법을 골라 선택하겠어.
이야기가 또 먼 길로 새어버렸다. 로드해오자. 나는 무얼 말하려고 했던가. 이래서야 영, 책을 보던 독자도 1장에서 재미없는 배경과 개성 없는 캐릭터의 등장, 나레이션만 잔뜩 해대는 설명충 남주인공을(더해서 서브컬처적 지식이 다분한) 보며 작가를 욕하고 커버를 덮어버렸다가, 귀여운 캐릭터가 표지에 그려진걸 다시 한 번 보고 겨우 참으며 다시 읽기 시작할 정도다. 물론 그저 비유니까 누구라도 뜨끔해하지 않길 바란다.
흠, 큼. 음. 그래. 시작해보자. 나는 비일상을 겪었다. 윈터컵 결승전 때나, 내가 옥상에서 그 녀석을 만났던 때도 잘 봐준다면야 그렇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그것들은 현실에서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있음직법 한 일이었다. 물론 그걸 행할 사람도 배경도, 조건에 알맞게 똑같이 나타나기란 힘들다는 건 안다. 하지만 그와 달리 내가 요 근래 겪은 일들은 정말로 '소설에서나' 있음직한 일이니까 '비일상'이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거다. 마법이나 뭐 그런 걸로 말해도 괜찮을 거 같다. 이렇게 얘기하다가도 결국 아카시 세이쥬로와 만난 것부터가 비일상이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보게 된다. 그렇지만 그러진 않을 거다. 아카시는 지금, 나의 현실에 분명히 큰 비율로 자리 잡고 있으니까.
그럼 맨 처음 한 말과는 모순되지만 마유즈미 치히로의 비일상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시작은 겨울방학, 내 집이다. 주인공은 아카시 세이쥬로(주의: 2인)와 나. 유의사항을 다 읽었고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부디 다음 장을 봐 주시라. 잘 팔리는 유명 일러스트레이터의 모에한 일러스트 속내지같은건 없지만.
02. 1일 오전
마유즈미 선배, 지금 선배의 집에 아무도 안 계십니까?」
소파에 반쯤 눕듯 앉아있던 나는 한참동안이나(그래봤자 몇 분이지만) 아카시가 아침부터 보내온 문자를 보고 가만히 있었다. 이 전개는 소설 속에서 자주 있는 우리 집에 오고 싶어 한다는 건가. 저번 주 이상으로 러브러브한 일을! …이 아니고, 잘 모르겠다면 제대로 물어보는 게 맞다. 아카시는 딱히 내게 꿍꿍이를 가질 녀석은 아니다.
「오전부터 신작 애니를 보는 한가한 나는 있다만.」
「부모님은 외출이십니까?」
「어째서 그런걸 물어보는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저녁이나 되어서 오실 거다. 너희 집과 비교하기엔 객관적이고 절대적인 빈곤성을 가진 우리 집에 볼일이라도 있나.」
「말씀드리기가 복잡한 일이라, 통화가 가능한가요.」
뭘 이렇게 숨기는지, 나는 보던 애니메이션을 정지하고 아카시에게 통화를 걸었다. 두어 번 연결음이 간 뒤 바로 받은 것은 아카시의 목소리, 다만 평소와는 달리 녀석 답지 않은 난처함이 잔뜩 묻어나는.
"…마유즈미 선배? 음, 그러니까. 뭐라고 말씀드려야할지. 예? 아뇨. 저희 집이 갑자기 파산위기거나 그런건 아닙니다. 과장이 지나치시군요. …예. 아뇨. 메테오도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저희 '집'이 문제인게 아니라 제가 문제가 생겼습니다. 숨겨진 약혼녀? 2세? 아니라니까요. 이런 일은 처음이라 저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음… 예. 설명 드리기보다는 이편이 낫겠군요. 바꿔드리겠습니다. (짧은 무음) …응. 나다. 오랜만이네."
나는 순간 휴대폰을 집어던질 뻔했다.
분명 바꾸는 소리가…아니, 흉내일거다, 라고 생각하며 간신히 통화를 이어갈 수 있었다.
"놀랐어? 나도 놀랐으니까. 아니, 일인이역이 아니다만. … 성우가 같으면 결국 그리 보인다고? 오해하지 마라. 지금 내 몸은 저쪽과 다른 객체를 취하고 있어. 쉽게 말하자면 아카시 세이쥬로가 물질적으로도 두 명이 되어있다는 말이다. 치히로."
이제서야 이름을 부르다니.
그나저나 여전히 버릇없구나.
(후략)
2. 3minutes /소설, 60p/적X먹/5000원
AU, 센티넬 가이드 기반. 창작 요소 많음.
아카시가 센티넬이고 마유즈미가 가이드인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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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만남
마유즈미 치히로는 자신 앞에 펼쳐진 광경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표정으로(덧붙여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도 희미하게 어필했지만 그쪽이 알았을까는 잘 모르겠다) 눈만 느릿하게 깜빡였다. 자신은 언제나처럼 시멘트 맨 바닥에 앉은 상태로 읽고 있던 라이트노벨을 쥐고 있다. 하지만 자신 앞에 있는 사람들은 이 옥상에서는 처음 보는 사람들이다.
'그 이전에 학교에 전혀 어울리지 않지만.'
선글라스에 검은 양복을 입은 큰 키의 남자들. 언뜻 보니 대여섯은 되어 보인다. 어이어이, 딱 그 쪽 세계 분들 같은데요. 겉모습으로만 판단했다면 죄송합니다만 세상은 그런 곳이니까…혹시 우리 집이 위험한 쪽에 손을 댔던가. 마유즈미는 자신의 부모님이 이전에 말한 대화중 힌트가 있었나 하면서 회상하기 시작했지만, 회상을 하려던 와중에 그 검은 벽 사이에서 한 소년이 걸어 나왔다. 자신과 같은 라쿠잔 고교의 교복을 입은 소년이었다. 언뜻 보기에 나이는 자신보다 어려보이는, 소년과 청년의 그 어디 한 가운데에 있는─ 그러한 모습이 끔찍이도 어울리는 붉은 머리의 소년. 고양이 같은 눈으로 살며시 미소 짓고 있는 소년은 어디선가 본 거 같아서 마유즈미는 그제야 자리에서 느릿하니 일어났다. 실수로 잡지 못한 책이 바닥에 툭 떨어졌지만 주울 수가 없었다.
"안녕하세요."
"……."
입을 연 소년의 말투는 공손했지만 당당하고, 어쩐지 오히려 이쪽이 더 굽혀야 할 것 같은 분위기라 마유즈미는 자신도 모르게 긴장했다.
"놀라게 해드렸다면 죄송합니다."
"안녕하세요가 아니라 처음 뵙겠습니다─겠지. 나한테 볼일이 있어?"
"네, 겨우 찾아냈네요. 점심때마다 옥상에 가신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하긴, 이 학교에 옥상은 한두 개가 아니니 찾기 쉽진 않았을 거다. 그것 말고도 자신의 존재감이 옅다는 건 알고 있었을까. 거기까지 알았다면 인간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이미 '옥상에 간다'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놀라야했겠지만 왜인지 그냥 그라면 알고 있을 법하다고 은근슬쩍 분위기적으로 인정해버렸다. 이런 거, 용어로 뭐라고 있었던 거 같은데.
그것보다는 지금 중요한건 자신을 왜 찾았냐─려나. 만약 그의 입에서 앞으로 나올 말들이 나쁜 쪽의 소식이라면 마유즈미는 딱히 듣고싶어지지 않아졌다. 무슨 말을 이쪽에서 먼저 해야 할까, 여전히 소년은 자신 앞에서 인지부조화를 일으키는 미소를 짓고 있고 그 뒤의 남자들은 언제라도 품 안에서 총을 꺼낼 수 있을 것 같은 비현실적인 분위기라 마유즈미는 그저 가만히 있기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소년은 마유즈미쪽으로 한걸음 다가오며 말했다. 그리고 마유즈미가 정말로 바라지 않는 말을 했다.
"마유즈미 선배가 필요합니다."
"내 이름을…아니, 내가? 무슨 이유로?"
"가이드, 라고 알고 계시겠지요."
"…하아, 그거냐. 난 생각 없어. 이전에도 제의가 왔었지만 그런 세계에 관여하고 싶지 않아. 관심 없다."
돌아가 보라면서 바로 손을 흔든 마유즈미가 한 말은 사실이었다. 그는 자신의 '가이드' 재능을 중학교 때 자각했지만 그 길을 선택할 이유가 없었다. 남을 위해 사는 삶은 질색이야. 그것도, 불안정하며 위험한 존재 옆에서 그들을 제어하는 목줄 역할이라면 더더욱 거절이다. 딱히 자신만이 아니라도 이 세상에 가이드들은 꽤나 있으니, 자기 한명이 하지 않는다 해도 큰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고 가이드 협회에 그렇게 의사를 표시하자 그들은 그 뒤로 마유즈미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보수나 명예에는 관심 없다. 평범한 세계가 좋다. 능력 따위는 그 능력이 무엇이든 간에 수많은 위험을 부담해야하고 삶을 괴롭게 할 뿐이다. 고교생이 되어서도 마유즈미는 자신의 선택에 만족했다. 뉴스를 보면 언제나 센티넬들이 해낸 굉장한 성과에 대해서 연신 보도해댔다. 이미지메이킹이겠지.
'소수의 능력자'들은 다수의 일반인들에게 따돌림 당하기 마련이다.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 그들이 얼마나 우리 사회에 대해서 헌신하고, 얼마나 우리 세계를 위해 열심히 일하며 사고를 절대 내지 않는지 보여줘야 하는 것이다. 일종의 쇼와 비슷했다. 웃기는 쇼의 일원이 되고 싶지 않았다.
"중요한건 당신의 관심이 아닙니다."
(중략)
04. 가이드 안내 책자
5항. 「그림자」
─센티넬들은 「그림자」라고 불리우는 미지의 존재와 싸우고 있습니다.
─그들의 목적, 형태, 능력, 소속 같은 것은 모두 불명이며 자기의지나 단체적 속성이 있는 지 아닌지도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사회적 혼란을 야기시키지 않기 위해 학자들은 이 사실을 외부에 숨긴 채로 현재 다년간 연구 중입니다.
─「그림자」는 센티넬과 가이드만이 시각적으로 볼 수 있으며, 오로지 센티넬의 능력으로만 피해와 충격을 받습니다. 「그림자」는 외부의 일반인에게는 그저 자연재해의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현재 협회에서 규정한 입장은 「그림자」를 제거해야 할 적으로 판단한다는 것 입니다.
─위 상기 사실에 대해서는 매스컴과 대중들에게 밝히지 말 것. 이는 가이드 조항 6번에 따로 명시되어 있습니다.
"이거 엉망진창이네. 누가 짠 시나리오냐."
"「그림자」 얘기죠?"
"그래, 아무 힌트도 없고 연구 중이라고만 하니까. 사실 저 물체들이 우리 인간을 벌주기 위한 신의 사도 같은 거라면 어쩌겠어? 난 그래도 LCL이 되긴 싫지만 말이다."
"…뭘 말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해치우라고 한다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거겠지요. 수십 년간 주기가 점차 짧아지면서 「그림자」들은 정확하게 인간을 타겟으로 공격하려는 태세를 취하는 거 같습니다. 발생 장소도 바다 한 복판 같은 곳이 아니라 대도시 중심이고요."
"그래서 넌 「그림자」를 해치워 본 적 있어?"
아카시는 고개를 저었다. 그 답에, 마유즈미는 왜인지 모를 안심과 찝찝함을 느꼈다. 기숙사(라는 이름의 고급 5성 호텔)로 배달된 저녁식사는 고급스러웠지만 집 밥의 맛은 전혀 나지 않았고, 둘이 나란히 마주보고 먹는 것은 더더욱 어색했지만 마유즈미는 일단 녀석과의 대화가 자주 끊기고 서툴러도 어느 정도 통하는 것에 만족했다. 아카시가 마유즈미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몰라도, 일단 태도는 나쁘지 않았다. 앞으로 계속 볼 녀석인데 서로 엇나가봤자 좋은 게 하나 없다. 그리고 같은 공간의 타인은 이 정도의 거리가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아뇨. 「그림자」 건 말고도 센티넬의 임무는 많습니다. S급이라 잡일은 안 들어오는 편이지만. 이전에 훈련할 때는 별 일을 다 했죠."
"뭔데? 하나만 말해봐."
"테러 예고 지역에 가서 폭탄을 제거한다던지. 투시와 염동력으로요. 별 일 아녔습니다."
어제 깜짝 쪽지 수학시험은 100점이었습니다─하고 말하듯이 아카시는 젓가락으로 차분히 생선살을 바르며 말했고, 마유즈미는 하나 남은 계란말이를 집어 들다 실수로 떨어뜨렸다. 아아, 그런가. 이을 말이 쉬이 생각나지 않자 잠시 동안의 침묵이 맴돌았다. 그러고 보니 딱 봐도 매일매일 일을 하러 나가진 않을 텐데 앞으로 자신은 여기 안에서 뭘 해야 하나. 그런 생각이 덜컥 지금에서야 들었다. 마유즈미의 그 생각을 미미한 표정 변화에서 읽은 듯이 아카시는 젓가락을 식탁에 내려두었다.
"남는 시간은 유용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만, 무엇을 하든 선배 마음입니다."
"오랜만에 밀린 책들이나 읽을 수 있겠네."
"그거도 나쁘지 않은 생각이네요."
아카시는 식사 후 조용히 일어나 자신의 식기를 스스로 정리하고 반납했다. 슬쩍 엿보니 적지 않게 남긴 반찬들도 있었다. 한창 먹을 나이 아닌가? 마유즈미가 할 말은 아녔지만. 그는 아카시가 자신에게 정리를 하라고 명령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놀라고 있는 자신이 놀라웠다. 첫인상으로부터 비롯된 편견이란 건 쉽게 사라지지 않거든. 그렇게 겨우 단정 짓고서 일어나 자신에게 배정된 방문을 열었다. 짐이 정리가 덜 된 참이라 이걸 다 정리하고 나서야 잠들 수 있을 거 같았다. 들어가기 전에 등 뒤로부터 아카시로부터 인사가 들려왔다.
"안녕히 주무세요."
"…아. 맞다. 업무."
"예?"
"안내책자에 있었던 거. 하루 두 번이던가. 오늘 치는 괜찮냐?"
[2항. 폭주를 막기 위한 센티넬과 가이드의 통상적 접촉은 하루 두 번, 적당한 시간 이상을 권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