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녀석을 좋아한다고, 자각했을때는 이미 늦었다.


짧은 인생에 있어서 처음으로 마유즈미는 후회했다. 하지만 무엇을? 그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지 못했던 것? 아니, 그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었다. 전한다고 하면 달라질까. 마유즈미는 달라지지 않는다. 하물며 그 상대인 아카시가 고백의 몇마디로서 자신을 바라보는 눈길이 달라질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작품 속 텍스트로만 배워온 낯선 감정과 마주친 그는 이걸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우물쭈물하고있는 스스로가 너무나도 우습다고 생각했다. 그를 갑자기 좋아하게 된다는 것을 알게되었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하는가. 이미 자신은 졸업했다. 아카시와는 마주칠 일, 앞으로는 없을 것이다. 일부러 만들지도 않을 것이고.


그렇다면 남은 것은 이 감정을 묵묵히 접어두고 그저 과거를 추억하는 것 밖에 없다.

자신을 버리고 행동하는 잔혹했던 코트 위의 그를, 그의 어깨 위에서 펄럭이던 겉옷의 끝을. 농구공을 잡는 손가락을, 옥상위에서 불던 바람에 나부끼던 넥타이를. 자신을 부르던 두개의 호칭과 사라진 과거의 그와 지금 실존하는 그 모두를.


추억으로서.


-아카시 세이쥬로.


어울리는 여자를 만나 배우자로 삼고, 어울리는 세계에서 당당히 서서 살아갈 것이며 어울리는 일을 하고 살아갈 것이다. 마유즈미는 추억이 자꾸 미래와 현재로 직결되어가는 자신의 상상력을 저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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