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소재 주의




창 밖으로 눈이 회오리처럼 불어쳤다. 하도 바람이 강하게 불어서 밑으로 소복소복 내리기는 커녕 옆을 향해 날아가는 눈들을 보며 마유즈미는 구부러져있던 뻐근한 목을 폈다. 허리도 아픈걸 보니 읽던 책에는 책갈피를 꽃아두고 잠시 다른 일을 해야할 거 같았다. 


아카시가 올 때가 되었는데도 오지 않는 것에 괜히 걱정이 된다. 이 세상에 필요없는 걱정 중 한가지가 아카시 세이쥬로를 걱정하는 거라곤 하지만, 어쨌든 눈이 저 정도로 오니 누구나 걱정할 수 밖에 없는거겠다. 저 멀리 비둘기 한마리가 눈을 피해 휘적휘적 날아가는걸 보다가 마유즈미는 겨우 일어섰다. 설거지는 하기 싫어도 다음 식사를 하려면 해야하는거였으니 어쩔 수 없이 해야할 뿐이었다.


아카시, 하고 괜히 불러본다. 허공에 던져진 자신의 목소리는 괜히 어색했다. 곧 이어 물이 쏴-하고 틀어지고 달그락대는 소리가 들리고 나서도 마유즈미는 몇번이고 아카시의 이름을 불렀다. 아카시, 아카시…아카시. 속삭임이 억눌린 흐느낌이 되고 흐느낌이 곧 눈물이 되었다. 마유즈미는 자신이 왜 이러는지 알 수 없었다. 왜 우는지가 아니라 왜 아직도 아카시를 기다리는지. 이젠 여기로 돌아올 일 없는 연인을 그리워하는지. 처음부터 친해지면 안됐었어. 몇번이고 울음을 삼키며 그 생각만 되풀이했다. 선 너머에 들어오게 놔 두는게 아녔어, 결국 내 곁에서 멀어져버릴, 저 편으로 가버릴 녀석이었어. 알고 있었어. 후회를 해봐도 지금의 자신이 어찌할 수 있는 방도가 없었다. 잡을 수 있는 분수가 아니란걸 언제나 알고있었고 둘 관계를 잡고있는건 아카시였으니까. 마유즈미는 설거지를 다 마치고서야 울기를 멈췄다. 그리고 방으로 들어가 웅크려앉았다. 


아카시는 자신의 인생에 두번, 큰 절망을 떠 안겨준 존재였다. 영원히 행복하게 해 줄게요, 선배-같은 소리나 하고 앉았었네. 차분히 하루에 한 조각씩 자신의 기억속 아카시를 지우는 작업을 수행했다. 오늘 지우는 것은 벚꽃 아래에서 자신을 보며 웃던 아카시였다. 인간은 컴퓨터가 아니지만, 지우고 지우고 울다 잠든다면 언젠간 그렇게 될 수 있을거란걸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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