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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운동회에서 나오는 쿠로코의 농구 적먹(아카시 세이쥬로X마유즈미 치히로) 단편집 <49% 안드로이드> 소설 샘플과 사양입니다
aken님 부스에 위탁 얻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위치: L10
32p/A5/3000원/단편 3편이 들어가 있습니다.
아래는 샘플입니다. 편집은 웹용으로 다시 한 것이므로 본편과 다릅니다.
1. 나는 신형 안드로이드: 안드로이드 마유즈미와 그를 만들어낸 아카시의 이야기.
01.
밤중, 자정쯔음이 되어서 휴식모드로 들어가기 전에 기계는 결함을 발견했다.
결함이라기 보단, 오류라고 표현하는 게 맞을까. 단어의 선택은 둘째 치고 일단은 지금껏 보지 못했던 증상들이 나타나는 거니까 그 편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몇 번이고, 시스템을 재정비 하면서 깜빡이는 화면을 흐릿한 제 눈으로 보았다. 평소보다 체내의 온도 상승, 프로세스 사용량 상승, 내부 용량 정리 불가… 원인 파악 불가.
「도대체 뭐지?」
만들어지고 이제 3년, 문제를 일으킬 만한 요소도 없었고 안드로이드로서 오래된 것도 아니다. 주인님과 함께 보는 텔레비전에서는 10년이 넘은 구형 안드로이드에 대해서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곤 했었다. 자신은 구형과 신형으로 나누자면 명백하게 후자 쪽이다. …적어도 그렇게 믿어왔다.
정비는 성실하게 매 계절마다 받아왔으며 무리를 한 적도 손에 꼽을 정도. 오히려 그의 주인님께선 딱히 그를 실용적으로 사용하는 일이 없었을 정도니까, 그는 험하게 다뤄진 적이 없다고 바로 대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오류라니, 한두 가지도 아니고 평소와 다른 게 다섯 가지는 넘는다. 수집된 제 몸과 프로그램들의 상황들을 보자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너무나도 난 섬세한 생명체인가….」
정의를 따지자면 생명체는 아니긴 하지만. 어쨌든 인간처럼 바이러스에 걸려 병을 앓을 일도 분명 없는데 정체불명의 오류라니, 웃기지도 않은 농담을 내뱉은 뒤,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우고 다시 제 자리에 누워서 충전용 전극을 목에 스스로 꽂았다. 일단 아주 심각한건 아닌 거 같으니 내일 생각하자. 그의 사고와 논리 회로는 꽤나 인간에 가깝게 만들어져있었기에 그런 결론을 금방 내릴 수 있었다.
SYSTEM OFF.
─
02.
"치히로. 일어나야지."
살며시 자신을 흔드는 손길이 느껴진다. 그 목소리와 자극에 천천히 다시 기동을 시작하고, 인간처럼 눈을 떠 상대방을 바라본다. 방에 햇빛이 들어오고 [주인님]이 망막에 맺힌다.
「조금만 더….」
"난 늦잠을 프로그래밍해두진 않았을 텐데."
「그냥, 좀 더 자고 싶어.」
"충전이 다 안 된 거야?"
「아니, 좀….」
기계는 아주 잠시 동안 고민했다. 말 해두는 편이 나을까? 자신의 착각이 아니었을까. 또 집을 떠나 귀찮은 정비를 오랫동안 받기는 싫고… 꼬리를 잇는 고민 후에 기계는 그냥 말없이 일어나서 기지개를 폈다.
"엄살이었어?"
「그럴 수도 있지.」
"어디 이상한 곳은 없고?"
잠시 뜨끔, 했다가 저건 매일 아침마다 하는 인사라는 걸 재빨리 깨달은 뒤에 기계는 고개를 끄덕였다. 갑자기 제 몸이 폭발하고 시스템이 꼬여 허공에서 굴러다니는 게 아니라면 이 정도는 아무 문제도 아니라고. 주인님도 바쁠 텐데 (요즘 저녁마다 늦게 와서 미안하다며 전화가 걸려오곤 했다) 신경 쓰게 하는 건 확실히 악영향을 끼칠 것이다.
"그럼 회사 다녀올게."
「다녀와, …세이쥬로.」
이름을 부르며 작별하자 붉은 머리의 주인님은 살포시 웃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또 다시 오류가 발생했다고 내부에서 경고음이 울리는 탓에 기계는 손을 겨우 끝까지 흔들 수 있었다. 오늘 집안일은 쉬자, 문제 해결이 먼저니까… 라며 그가 현관을 나가자마자 기계는 옆에 누워져있던 대걸레를 무시했다. 사실 어제도 내일 한다면서 미룬 거 같지만.
2. 49%: 투명해지는 병에 걸린 마유즈미.
01.
"…병입니다."
2학년 겨울, 스스로의 몸에 이상을 느껴서 가봤던 병원에서는 저 한 마디가 다였다. 어떤 원인인지, 증상에는 어떤 게 있는지, 치료법은 있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을 해주지 않았다. 정확히는 하지 못했다─쪽이 맞을 것이다. 알려진 게 거의 없는 병이라고 했다. 단지, 눈에 띄는 딱 하나의 증상이라면 '점차 몸이 투명해진다.'는 것.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평소처럼 공부를 하다가 자신의 손 너머로 공책이 흐릿하게 비춰 보이기에, 단지 자신이 잠을 자지 않았거나 피로해서 그러는 건 줄로만 알았다. 진짜로 이런 병이 있다니, 하필 그리고 자신이 이런 말도 안 되는 병에 걸렸다니 인정할 수 없는 마음이 가득했다. 하지만 입에서 나오는 말은 "네…"라는, 보잘것없는 작은 소리 뿐. 마유즈미 치히로는 자신이 책에도 안 나올 기괴한, 인간답지 않은 병에 걸렸다는 걸, 머리를 두들겨서라도 어떻게 해서든지 인정해야만 했다.
─
02.
병원은 언제나 기분이 좋지 않다. 불길하고, 우울한 공기들이 한가득 차있기 때문일까. 마유즈미는 곧바로 커다란 종합 병원에서 나와 처방전도 받지 않은 채로 집으로 돌아갔다. 병원에 오면서는 돌아가며 신간 체크를 위해 서점에 들르려고 마음먹었지만 그럴 기분이 전혀 아니었다. 누구나 병에 걸리면 할 법한 '왜, 어째서 나만?'이라는 세상을 향한 억울함과 불합리함에 대한 분통이 가라앉지 않은 채로 계속해서 터져 나왔다. 지금 누군가가 말을 건다면 그답지 않게 바로 한대 칠 수도 있을 거 같았다. 좀처럼 차분해지지 않았고, 머릿속에서는 늙은 의사의 어물거리는 말들만 윙윙거려왔다.
몸이 점차 투명해진다, 흐릿해지기 시작해서, 점차적으로 투명해진다는 이 병은 학계에서는 전혀 밝혀진 바 없는 병이고, 현재까지 이 병이 발발한 환자는 전 세계에서도 딱 셋. 그들이 어떻게 치료받고 있는지도 자료가 거의 없고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른다. '지금 당신이 네 번째 환자가 된 것입니다.' '치료 방법은 저희도…데이터가 전혀 없습니다.'
마유즈미는 그때 이 질문을 하지 못했다. '계속 투명해져서, 완전히 제 형체가 보이지 않게 되면 어떻게 되나요.' 라는 질문은 병원 문을 나와서야 생각이 퍼뜩 났다. 어떻게 되긴, 죽겠지. 더 이상 인간이라고 볼 수 없는 거라고… 스스로 한껏 우울함에 빠져서 전철역의 계단을 내려 나왔다. 불치병에 걸린 것과 다름없었다. 암이나 그런 거 같은.
"몸의 불투명도가 일정하지 못할 겁니다. 심한 날도 있고 그렇지 않은 날도 있을 거고… 부분만 그럴 수도 있고 전체가 그럴 수도 있어요."
여기 저기 가져다 붙이면 말이 되는 심리테스트를 하는 것도 아니고, 웃기는 소리다. 그런걸 들으려고 병원에 온 게 아니다.
"…49% 이하로 투명도가 내려가면 몸에 문제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나마 헛소리들 가운데 가장 유용했던 진단은 저 한마디뿐이었다. 자세한건 잘 모르겠다는 뒷말이 여전히 짜증나긴 했지만. 집으로 돌아온 마유즈미는 평소처럼 다시 책상에 앉았고, 자신의 손을 몇 번이나 만져보다가 손바닥 뒤로 노트 필기가 비치지 않는걸 확인한 뒤에 공부를 시작했다. 이렇게나 엉망이 되었는데도, 일상은 어쩌면 평소와 같은 하루였다.
─
03.
어릴 적 숨바꼭질을 할 때 자신은 한 번도 술래가 찾지 못했던 때부터 뭔가 자신이 이상했던 걸까? 봄의 새 학년, 새 교실의 의자에 앉은 채로 마유즈미는 창 밖 너머를 바라보았다. 존재감이 없는 것과 몸이 투명해지는 건 관련이 아주 없진 않을 거 같았다. 의사한테 그 말도 해둘걸…아니, 그래도 별로 상관없었을 것이다. 결국 다시 병원에 찾아가 처방받았던 약을 점심시간때 한 알 먹은 뒤에 그는 책을 한권 들고 옥상으로 올라갔다. 동아리 퇴부서는…이미 냈고, 앞으로는 이 곳이 그의 안락한 기지가 될 것이다. 교실에 계속 있다가는 누군가에 눈에 이 기묘한 현상이 띄지 말라는 법도 없다. 주먹을 몇 번 폈다 쥔 뒤에 그는 벽에 기대어 앉아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딱히 병에 걸리지 않았더라도, 농구는 그만 뒀을 거다. 애초에 그렇게 좋아하지도 않고, 3학년이기도 하고, 자신보다 훨씬 잘하는 녀석들이 대회에 나가 상을 타오는 강호교니 열심히 할 이유도 없었다. 그렇지만 마지막으로 체육관에 가서 농구공을 잡아봤을 때 반투명해진 제 손 너머로 공이 툭 굴러 떨어져 당황했다. 역시 저번 주에 샤프가 굴러떨어진건 실수가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 후에 떨리는 표정을 겨우 숨기고 다른 쪽 손으로 공을 주워 원래 자리에 가져다 두었다. 다른 녀석에게 들켜서 시끄러워지는 건 절대 싫다.
─농구와는 이제 안녕이네.
하늘은 새파랬고, 햇볕이 은근히 따가워 마유즈미는 손을 들어 눈가를 가렸다. 그래도 햇빛이 들어오잖아…멍청한 손 같으니라고. 인상을 찌푸리고 눈을 뜨자 제 앞에 어느 샌가 발자국 소리도 없이 누군가가 있었다.
"마유즈미 선배시죠?"
─
3. 이 위 여자아이의 알몸을 봐버린 사건과 질투가 심한 연인에 대하여: 제목 그대로입니다. 위 두편보다 본편 내용이 더 적습니다~
01.
도대체 내가 뭘 잘못했다고 그래.
마유즈미는 몇 번이고, 이 말을 입 안으로 삼켰다. 부루퉁해진다면 모를까, 잔뜩 차가워져서 북극의 밤보다 더 냉랭해진 아카시에게는 차마 뭐라 말을 걸 수가 없었다. 공략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치자면 아예 <대화한다>와, <행동한다> 버튼이 모두 사라진 거 같은 느낌일까. 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 니코동에서 봤던 게임 실황, 꽤나 게임 전개 방식이 신선했지…라고 다른 생각을 하면서도 마유즈미는 한숨을 내쉬며 제 책장을 보았다. 두꺼운 전공 서적들과 노트 사이로, 이 연인간 문제의 원흉이 자리 잡고 있었다.
별건 아니었다. 그러니까 간단히 말하자면, '신간'이다. 이번 달 신간으로 발매된 작품으로, '시계장치의 능금과 벌꿀과 여동생'이 나왔던 출판사에서 이번해 신인의 수상작이라며 잔뜩 번쩍이는 띠지를 붙여 출간된 라이트 노벨이었다. 표지에는 분홍색과 흰색이 섞인 롱 헤어의 날카로운 소녀가 빈약한 가슴을 내보이는 자세로 그려져 있었고…여기까지는 문제가 없다, 문제는 안쪽이었다.
마유즈미는 정말로 상술이 섞인, 혹은 요즘의 대세인 듯 한 서비스 신을 증오하게 되었다. 애초에는 별 생각이 없었으나 책 안쪽에 장마다 하나씩 섞여있는 흑백의 삽화는 흰 색이 지나치게 많았다… 주연 외에 한권이면 더 이상 얼굴을 비치지 않을 듯 한 조역들조차 왜 이렇게 헐벗고 있는 거냐, 물론 내용은 좋다고 생각해도…! 물론 그는 이 정도는 가볍게 넘길 수 있는 서브컬쳐 매니아였지만 그의 연인은 아니었다, 그는 서브컬쳐 문화에 대해서는 그 유명한 포○몬스터의 라○츄마저도 모르는 정도였으니까. 여자애들이 잔뜩 나오는 장르 또한 자신으로 처음 접했을 게 분명하다. 이 점이 문제의 시작이었다….
"뭐 읽고 있어요?"
"아, 그냥 신간."
학교에서 부활동까지 마치고 온 아카시는 욕실에서 씻고 난 뒤 샴푸향이 난 채로 제 옆에 바싹 달라붙어, 무슨 내용인지 고개를 기울여 확인해보려고 했다. 그 모습이 귀여워(이미 콩깍지가 단단히 씌여있다는걸 언제쯤 깨달을까, 스스로는 그 자체를 깨달을 때마다 가끔씩 소름이 돋았지만) 마유즈미는 슬쩍 그의 볼에 키스해준뒤에 손가락을 움직여 책장을 넘겼다. 그때 넘기지 않았으면 좋았으련만.
그 누가, 다음 장에 알몸으로 가슴만을 가리고 있는 여자아이의 그림이 나올 줄 알았겠는가. 마유즈미가 읽고 있던 내용상으로도 갑작스러웠다. 주인공 녀석, 멍청하게 아무 문이나 열지 말라고!
"……."
"……."
중요한 아래 부위는 욕탕의 수증기인 듯 한 희뿌연 표현으로 겨우 가려져 있었다. 여자아이의 얼굴은 당황했는지 빗금들이 잔뜩 쳐져 있었고, 적당히 나올곳은 나오고 들어갈 곳은 들어간 흰 몸은 물기로 젖어있는 모양새다. 평소에는 새침할 듯 한 눈매가 당황해 꽤나 귀엽게 보인다……라는 감상은 절대 마유즈미가 했을 리는 없고, 그는 다급히 고개를 돌려 아카시의 상태를 보았다. 꽤나 놀라서 가슴이 쿵쾅거렸다.
그래, 그냥 귀엽다고 해줄지도 몰라. 옛날에 링고에 대해서 말했던 것처럼….
"아, 아카시…?"
턱, 하고 바로 책이 붙잡혔다. 마치 갓 태어난 병아리를 채가는 매와도 같았다. 아카시는 동공을 조이고, 미간을 찌푸린 채로 책 페이지들을 하나씩 빠르게 넘겼다. 내용도 보지만 동시에 삽화도 꼼꼼히 체크하는 듯 했다. 망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아 마유즈미는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저건 분명히, 마음에 드는 얼굴이 아니니까. 당장이라도 저 책 속의 여자아이들을 마왕의 자세로 죽여 버리겠다는 그런 임전태세의─
"마유즈미 선배."
칭호는 어느 새인가, 사귀고 나서 부르기 시작한 '치히로'가 아니었다. 마유즈미는 속으로 덜덜 떨며 곧 내려진 처형만을 기다렸다. 이건 다 작가와 삽화가의 잘못이라고… 아니면 이걸 출판한 멍청한 녀석이든지!
"당분간은 좀…떨어져 있죠."
아카시는 책을 다시 마유즈미에게 건네주고, 일어서서 싸늘한 눈으로 마유즈미를 내려다보다가 이내 욕실로 들어갔다. 원망스러운 책을 든 채로 마유즈미는 제 머리를 마구 헤집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으나 일어서서 비틀거리며 책상으로 다가가 안 보이는 곳에 그걸 그저 꽂아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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