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님의 커미션으로 작업한 결과물로, 둘중 하나만 공개합니다.

마유즈미X드림 오너캐(여) 5000자




  여동생은 진리다. 


…이렇게 운을 뗀다면 나를 답이 없는 여동생 성애자나, 윤리에서 한껏 어긋난 애정을 지닌 배덕한 시스콤으로 보지 않을까. 하지만 오해하지 않길. 위의 말에 한 단어를 더 붙여야 진짜로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이 될 거 같다. 


여동생 캐릭터는, 진리다. 어디가 진리냐고 물어본다면야 물론 개인마다 취향은 있겠지만 모든 작품 속의 여동생은 귀엽고, 사랑스러우며, 상대를 올려다보는 그 동그랗고 큰 눈과 때때로의 예상외의 애교까지. 더 할 나위가 없다. 츤데레? 그런 건 단지 부가설정일 뿐이고, 그녀들이 제 일의 속성으로 '여동생'인 이상 결국 모든 여동생들은 최고의 모에 속성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는 바이다. 


하지만 이거로는 부족하다. 여동생을, 여동생으로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핏줄? 아니다. 사람들은 종종 본질을 놓치곤 한다. 여동생은 스스로가 여동생이 되고싶다고 해서, 여동생이 될 수 있는 게 아니다! 혼자라면 여동생이 될 수 있는 게 아냐. …아아. 말하는 스스로도 점점 여동생 게슈탈트붕괴가 올 것 같으니 간략하게 말하겠다. 


여동생은 '오빠'가 있기에 만들어진다. 오빠가 없다면 그 누구도 여동생이 될 수 없다. 오빠란 그녀들의 사랑이요, 에로스. 수줍은 욕망의 화신. 짝사랑의 존재. 때로는 적극적인 정열. 오늘도 수많은 여동생 캐릭터들은 그녀들의 오빠를 상대로 사랑을 말하고 있을 것이다. '오빠, 아침이야. 일어나요!' 라는 말로 한 집 지붕 아래의 두근두근한 아침을 시작하면서. 


라노베나 애니메이션을 봐오면서 저 클리쉐적인 대사를 나는 몇번이나 들었는가, 아마 셀 수 없을 거다. 딱히 돌려서 들은 건 아니지만 여동생 물이 주력 감상 작품인 내겐 너무나도 고전적이고 자연스러운 문장이었다. 게다가 내가 누군가에게 듣고 싶은 말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난 일단 여동생이 없고―없을 예정이며―없었기 때문. 작품 속 그녀들의 오빠가 되고 싶었던 것도 아니고 말이다. 그녀들의 오빠에 이입할 생각은 없다고. 


하지만, 생각해보면 이제 자신이 바란다면야 당당하고 뻔뻔하게 요구 해봐도 될 상대가 있지 않은가? 

일본에서 남성과 여성 사이에 '오빠'라는 호칭이 비록 마이너하고, 친남매 사이 이외에는―이야기 시리즈의 센고쿠 나데코가 떠올랐으나 예외로 치자. 나는 그녀가 주인공을 대하는 태도로 인해 작중 여동생캐로 분명히 보고 있으니까―쓰이지 않는 호칭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바란다고 한다면 말해줄 사람이 있지 않은가? 


물론 선배―라는 호칭도 나쁘지 않곤 하다. 마리,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마유즈미 선배.'라는 말은 듣기 나쁘지 않다. 오해의 소지 없이 말한다면 엄청 좋은 편이다. 무표정한 얼굴에서 입술을 벌려 조심스레 나오는 그 말은 처음 들을 때는 정말, 반쯤 과장을 섞어서 하늘이 도는 듯 한 체험을 했으니 말이다. 


…그녀가 말해주는 내 성이 단순히 좋았을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아무도 날 선배라고 거의 부르지 않았고―존재감이 옅은 것도 한 몫 했다―그녀가 내보이는 수줍은 감정이 가득 섞인 그 '선배'라는 음절이 사랑스러워서, 나는 한 동안 잔뜩 기분이 오버클럭되곤 했었다. 하지만 인간은, 욕망의 이데올로기이자 갈망의 아이덴티티. 이제야 겨우 본론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나는, 마리에게 '오빠'라는 호칭으로 불려지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 동안 그녀가 '오빠'라고 불렀던 존재는 있었을까. 아마 없었을 것이다. 있다고 해도 유학 오기 전이었을 거고. 그렇다면 더더욱 듣고 싶은 마음이 커진다. 


뇌 속 프로세싱이 겨우 끝난 찰나. 


"아." 

"…마유즈미 선배?" 


같이 있을 때 다른 생각을 해버렸다, 이런. 문득 미안해져 웃으면서 (난 내 웃는 모습이 어떤지 모르겠지만 꽤나 나쁘지 않은 듯 했다. 자주 웃지 않는 마리가 날 보며 같이 웃어주는걸 보면) 그녀가 쥐고 있는 물 잔에 살짝 손을 대어 겹쳤다. 함께 있는 장소는 학교 매점 앞 벤치. 날씨는 맑음. 오늘도 마유즈미씨의 러브 스쿨 라이프는 무사하다. 단지 목표가 한 가지 생겼다는 걸 빼면. 


"어디 아프신 건 아니겠죠?" 

"그럴 리가, 게다가 아프면 큰일 나니까. 농구연습도 하러 가지 못하고 또― 으음." 

"또?" 

"… …너를 만나지 못할 테니 말이다." 


자신의 말을 따라하고 갸웃거리면서 조금은 어색한 억양으로 고개를 기울여, 하늘과 같은 색의 길지 않은 머리칼이 늘어지자 그 모습이 엄청 귀엽다고 생각해버린다. 이런 사소한 것까지 두근거려지는걸 보니 큰일 났는걸. 나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마리에게 목표를 말해버렸다. 왜냐면 속이거나 우회하거나 비유적으로 말하는 건 주력 분야가 아닌데다가 어서 한시라도 빨리, 듣고 싶었으니까. 

혹은 엄청나게 자신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내 이 자신감은 이내 무참하게 깨져버리지만. 


"마리, 오해하지 말고 들어." 

"살다보면 오해할 수도 있죠." 

"아니, 아니. 물론 오해야 할 수 있지만 넌 이미 내 취향이나 속성을 잘 알기에 하는 말이야. 너라면 내가 이 말을 어떤 의도로 하는지 알고 있겠지. 그러니까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 


곧 자신의 말을 듣고 동그랗게 큰 눈을 뜬 마리를 향해 어떤 행동을 취했어야 과연 해피엔딩분기가 될 수 있었을까. 잠깐, 잠깐. 게임오버라는 식으로 전개해나가지 말라고. 그런 건 바라지 않아! 내게 희망을 달라고. 


"오빠라고 불러줘." 

"어색하고 부끄러운데요." 


3초 만에 거절당했다. 

거절, 당했다. 

마유즈미 치히로는 연인에게 오빠라고 불러달라고 했다가 실패한 녀석입니다. 

인생 살 가치가 없어졌다. 

인생의 50퍼센트 정도는 오빠라는 호칭으로 이루어져 있으니까. 


아니, 정신 차리고. 


"이유를 300자 이내로 간략하게 설명해줘…." 

"이유는 말씀 드렸잖아요? 선배 목소리가 떨리고 있는 거 같아요, 정말 몸 괜찮으세요?" 

"이건 쇼크에 의한 거야. 거절에 의한. 거절이란 대답이 나올걸 알았어야 했다. 그 선택지를 고려 못한 내가 잘못이긴 하지만." 

"…그렇지만, 오빠는 좀." 

"좀?" 

"부끄, 럽다고 해야 하나요." 


그러면서 마리는 말을 잇지 않고 잔을 들어 또 물을 마신다. 작은 목울대가 움직이고 나는 또 거기에 눈이 쏠려 다른 걸 잠시 동안 생각하지 못하게 되어버린다. 아니, 본연의 목적을 달성할 때 까지는 눈을 돌릴 수 없다. 타협할 수 없다. 그것이 마유즈미 치히로라는 인간이었으며 지금 여기에 존재하니까. 나는 최강의 협상가라도 된 듯이 그녀를 강렬한 눈빛으로―내 처지에 이런 눈빛은 무리 란걸 알지만― 바라보고 다시 한 번 설득했다. 처음엔 반쯤 장난이었던 듯 하지만 꺼내고 나니 일생일대의 소원이 된 거 같이. 


"오빠라고 불러줘." 

"그거, 선배가 2분 전에 한 말이에요." 

"혹시 네가 잘못 들었을까봐 한 말이다. 오바라던지, 어바라던지. 우파라던지." 

"잘못 들은 적 없는데다가, 그 호칭은 단지 부끄럽고 어색하니까요. 갑자기 해달라고 하셔도." 

"네가 아니면 난 평생 오빠라는 호칭을 듣지 못할 거다. 아니, 너니까 듣고 싶은 거야." 


부끄럽다고 말하고는 있지만 그녀의 담담한 표정은 흔들림 없다. 평소의, 마리다. 하지만 부끄럽다고 말하는 이상 속은 역시 부끄러워 하고있는걸까. 거기에 대해서는 반쯤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지만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이상 아무리 레어한 반응을 이끌어냈다고 해도 실격이다. 


그렇게 선배가 강력하게 주장하셔도 말이죠… 마리는 이내 유리알 같은 눈을 굴리며 내게서 다른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역시 안 되는 건가. 그 호칭은 환상에서만 존재했던 건가. 실망하는 티는 내지 않았지만 손을 움직여 그녀의 허리를 감아 잡자 앗, 하고 작은 놀람이 입 안에서 터져 나온다. 나답지 않게 보채는 게, 맞다. 나름 부탁하는 거다. 이것도 흑심이 들어간 스킨십이라고 하는 게 맞는 걸까. 마유즈미는 그렇게나 까만 녀석이었던가요―간지럽히듯 손가락으로 슬쩍 만지려는 사이에 야속하게도 다음 교시를 알리는 라쿠잔의 종소리가 나를 방해한다. 하늘마저도 내 목표를 방해하려는 거냐, 하는 말도 안 되는 실망감이 들어와 금방 자리에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 


"아. 방과 후에 뵙겠습니다, 선배. 그럼." 

"아아." 


인사를 꾸벅 하고 후드를 쓰고 뛰어가는 그 뒷모습이 왜 이렇게 오늘따라 잡고 싶은지. 아니, 이건 오빠라는 호칭 때문이 아니거든. 평소에도 그러고 싶었으니까 오해 말길 바란다. 

아무튼 이쯤에서 그만두기는 글렀고 오랜만에 나도 불타오르고 있으니 포기라는 말은 없을 계획이었다. 


……♦……


6교시 쉬는 시간. 

"오빠라고 불러줘. 마리." 

"…만나자 마자 그 소리를 한다고 해서 제 마음이 바뀔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매점에서 사온 사과주스다." 

"물량공세…" 

"정확히 말하자면 뇌물이다." 

"그렇지만 선배, 그 호칭이 그렇게 중요한가요?" 

"말하려고 한다면 7교시 내내 연설할 수 있을 정도로." 

"별로 듣고 싶지는 않은 연설이네요." 

"이번 말은 상당히 상처받았다. 그러니까 오빠라고 불러줬으면 해." 

"쉬는 시간 끝났으니 가 볼게요." 

"아직 오 분 남았거든?" 


방과 후, 도서관. 

"마리. 오빠라고 불러줘라." 

"농구부 연습은 어쩌시고요?" 

"오빠라고…" 

"농구부 연습." 

"오…" 

"농, 구, 부요." 

"난 귀가해도 아무도 모르는 스텔스기 정도의 광학미채력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아직 모르고 있었나본데―" 

"선배랑 함께 있는 건 좋지만, 부 활동은 하셔야 한다고 생각해요." 

"오빠라고 불러준다면." 

"…손목을 또 꼬집히고 싶으신 건 아닐까요, 선배." 

"그건 진짜 아프니 봐 줘." 


밤, 각자의 집. 메일. 

[오빠라고 불러줘 (=゚ω゚)ノ] 

[이모티콘 귀여워요] 

[거기에 집중하지 말라고. 좀 더 강조해서 보내야겠다. >>오빠라고 불러줘<< 텍스트로라도 만족할게.] 

[좋은 밤 보내세요. 선배.] 

[(시무룩)] 

[ヾ(@⌒ー⌒@)ノ 마유즈미 선배 안녕히 주무세요] 


핸드폰을 끄기 전에 그녀와 함께 찍은 사진을 갤러리에서 한장 한장 돌려가며 보고, 다음날은 분명 들을 수 있을 거라고 희망 녀석을 부추기면서 겨우 졸린 눈을 감았다. 삼 점 슛 성공률이 높아지는 조건을 걸어서 성공하면 불러달라고 할까. 아니, 그러기엔 너무나도 시간이 걸리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금세 포기했지만. 


……♦……


다음날은 눈코 뜰 새 없었다. 다음 시합의 멤버 편성, 다음 시즌 포지션 별 연습 등 계속해서 농구부에서 집합 공지가 내려와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은 내내 체육관으로 달려가야만 했다. 가 봤자 자리 채우기 정도지만, 일단 가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니까. 복도에서 빠른 걸음으로 걸으면서 메일로 [오늘은 미안. 농구부 일.] 이라고 마리에게 짧게 보내자 [힘내세요. 방과 후 농구부 연습 뒤에는 만날 수 있을까요? 체육관 앞에서 기다릴게요.] 라는 답이 잠시 뒤에 왔다. 힘이 나는 문자라, 몇 번이고 읽었다. 그녀의 애정이 느껴지는 텍스트 두 줄만으로도 즐거워져서 또 웃게 된다는 게 대단한 일이지. 


"마유즈미, 어떤 여자애가 너 찾던데." 

"… 응?" 

"쉬는 시간에 여기 왔다가 폰 보고 다시 돌아가던데 말이야. 후드를 써서 잘 안보였지만 조그맣고 귀여운 애였는데." 

"아아. …뭐. 알려줘서 고맙다." 


설마 왔던 걸까, 좀 더 일찍 메일을 보내둘걸 하는 생각이 들어 미안해졌다. 그녀가 아무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가득한 교실에 와서, 나를 찾다가 실망하여 돌아갔을걸 생각하면 확실히 미안해지는 게 맞다. 같은 상황이라면 나라도 맥이 빠졌겠지. 이따가, 연습 뒤에 만나면 꼭 손을 잡아주자. 그렇게 생각하고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하늘은 언제고 마리를 닮았다. 그래서 창가 옆 맨 뒷자리가, 좋았다. 언제나 그녀를 볼 수 있는 자리였으니까. 그녀를 생각할 수 있는 장소였으니까. 나는 손에 쥔 푸른 색 펜을 딸깍였다. 


……♦……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고, 머릿속이 멍해진다. 농구를 할 때면 언제나 이런 기분이지만 때때로 몸이 이성의 통제에서 벗어나, 정신을 차리면 링 안에 들어가고 있는 공이 보여서 개운해진다. 겨우 연습이 끝나고 체육관을 부원들과 함께 나오고 있었는데 날 향해 작게 손을 흔드는 익숙한 먹색 후드가 보였다. 아아, 진짜 기다리고 있었군. 내가 다가가자 손에 들고 있던 수건을 건네면서 그녀가 입을 연다. 


"수고하셨어요! 마…마유즈미 오…빠." 


이성이 정지한다. 


진짜로 듣게 될 줄 몰랐던 상황에서 갑자기 들은 게 너무나도 기뻐서. 그리고 말끝을 작게 흐리는 마리가 사랑스러워서. 


지금 내 머릿속을 지면 위로 옮기자면, 약 3페이지 정도는 '귀엽다'로 도배할 수 있을 정도다. 보는 사람은 이게 무슨 광경이냐고 할 지 몰라도 나는, 정말로 그 감정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었다. 귀엽다, 오빠라고 불러주는 마리가. 마리가 불러주는 오빠라는 호칭이. 작게 말해줘서 잘 들리지 않았다만 한 번 더 시키면 해주려나, 정말로 자신이 여동생 모에 속성인가, 뒤죽박죽 전개되어 폭주하는 머릿속이 표정으로 드러날까 봐 나는 수건으로 얼굴을 덮어버렸다. 아, 아아아. 젠장. 귀엽다고, 귀여워. 세 페이지는 아니어도 약 세줄 정도는 지금 묘사해보자. 


연인인 미소녀가 제게 오빠라고 불러주었습니다, 부럽냐? 지금은 그 누구보다도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다! 지금만큼은 그 어떤 라노베 주인공도 부럽지 않아. 몸이 떨리고 있는 거 같은데 그런 거 따위 신경 쓸 수 있을까보냐. 초점 없는 내 눈이 분명 지금은 강렬하게 돌아가면서 기쁨을 표하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아아, 이렇게나 대단한 시너지를 일으키는 거였나. 마리와 오빠라는 호칭의 조합은 세계 최고…! 


내가 아무 대답 없이 한참동안이나 수건에 얼굴을 묻고만 있자, 질식이 우려되었는지 혹은 자신이 무언가를 잘못했는지 걱정이 되는 듯 한 마리는 결국 한 번 더 입을 열었다. 


"저기…오빠?" 


수건을 내려 그녀와 마주보자, 어딘가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걱정하는 눈동자 안에 내가 가득 담긴다. 그럴 리가, 없잖아. 네가 좋은 게 당연하니까. 기분이 너무 좋아서 나답지 않게 무슨 짓을 할 지 모르겠는 거니까…하지만 이 말들을 내뱉는 건 불가능했다. 그녀를 내 품에 안아, 꼬오옥 안을 뿐. 따뜻한 온기와 푹신한 촉감, 내 품 안에 쏙 들어오는 그녀의 존재가 모두 좋아져서. 아, 마유즈미씨는 오늘 사망해도 좋습니다. 하지만 이런 말 하면 혼나겠지. 그저 말없이 몇 분 동안이나 기쁨에 취해 그녀를 안고 있었다. 


…물론 두 번만 듣는 걸로 끝난다는 얘기는 안 했다. 전에도 말했듯이 욕심이란 건 에스컬레이트하니까, 말이다. 사이좋게 손을 잡고 귀가 한 그 날 밤 나는 또다시 폰을 꺼내 메세지를 전송했다. 


[마리, 오늘 고마웠어. 그러니까 또 오빠라고 불러줘.] 


과연 그녀에게서 어떤 답이 올지 기대하는 건, 잠시간의 두근두근함으로 남겨두자. 나는 미소 지으며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