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같이 그저 옥상에서 앉아 한가롭게 책을 읽고 있었는데, 마유즈미는 일단 왜 자신 옆에 지금 아카시 세이쥬로가 바싹 붙어와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으며, 그가 왜 자신을 바라보며 꿍꿍이가 섞인 미소를 짓고 있었는지 알고 싶지 않았다. 저 미소는 마유즈미가 본 아카시의 표정중에서 약 세 번째로 좋아하지 않는 표정이었다. 


 흥미롭다, 는 표정. 

재미있다는 표정. 그가 내비추는 이 표정이 진짜 그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는지 아닌지는 몰라도, 겉으로 보자면 왜인지 모르게 찜찜해지기에 마유즈미는 그저 이유없이 이 표정을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남의 표정에 대해서는 이래라저래라 할 건도 못 되고, 아카시 그 자체에 대해서도 그런 자세로 대하고 있으니.




흥미라─만약 진짜라면 그 시선의 끝은 아마 높은 확률로 자신이겠다. 자신이 읽는 책을 같이 보고있는 거 같지도 않고 여긴 그와 자신밖에 없는 장소였으니 망상이고 추리고 할 것도 없다. 자신이 남의 흥미요소가 된다는건 낯설기도 하지만 그보단 찝찝한 기분인게 더 컸다. 처음 만났을 때도 아카시가 자신에게 가졌던 태도는 분명 흥미가 맞았겠지만 그게 코트 위 도구로서의 흥미라면 지금 이 흥미는 다른 의미로의, 이성의 지배를 벗어난 그런 부류였다는걸 알 수 있었기 때문이리라. 마유즈미는 거기까지 파악할 수 있었으나 이내 이어서 더 생각하기를 그만뒀다. 하지만 묻지도 않았다. '왜 그런 눈으로 날 쳐다보냐'는 질문은 목구멍 아래로 삼켜넣었다.


슬쩍 보면 볼수록, 그가 지금 겉으로 내보이는 표정은 마유즈미는 죽어도 절대 짓지 못할 잔혹하고도 매혹적인 미소였다. 누군가가 본다면 정신이 팔려 아카시가 바라는걸 바로 주게 될거라고, 생각했다. 거기에 절대 자신은 걸리지 않을거라며 마유즈미는 필사적으로 따가운 시선을 무시하며 책장을 넘겼다. 지면 위 스토리에서는 이제서야 주인공이 자신의 목표를 깨닫고 새로운 세계로 조력자의 도움을 받아 나아가려는 참인데, 점차 이 뒤로 이어지는 내용을 알 수가 없었다.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는다. 젠장, 하고 속으로 중얼거리며 다시 전 페이지를 보자 그 위로 어느샌가 그림자가 지고 자신의 앞에 아카시가 있다. 마주치면 안돼, 마주치면 안돼. 차라리 돌이 되어버리는게 나아. 하지만 간절하게 비는건 언제나 이루어지지 않는 법이다. 


짜증나지만 

세상은 종종 

그에게, 그래왔었다. 이런 일들은 대부분 피할 수 없었다. 


"-치히로. 치히로의 혀를, 맛보고 싶어." 


혀라니, 앞뒤 설명도 없이 무슨 소리야. 저게 나름의 선전포고였는지 갑자기 턱을 잡혀 올려들여졌다. 급작스러운 행동에 놀라 살짝 벌려진 입 안으로 아카시의 곧은 손가락이 하나 쑤욱 침범한다. 한껏 그 나름대로 놀라는 표정을 지어도 마유즈미의 손은 그대로 책을 잡은 채 뻣뻣하다. 아카시를 밀어내지도 잡지도 못하고 그저 잔뜩 놀라서,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고개를 기울인 아카시는 엄지와 검지로 마유즈미의 혀를 잡아 입 밖으로 빼내었다. 눈을 크게 뜨고, 속까지 뚫어보듯이 그는 한참동안 자신이 잡은 물컹한 덩어리를 가지고 놀았다. 주물거렸다가, 긁었다가 혀 뒤까지 살펴보고 간지럽히기도 했다. 읍, 으흑, 이상한 신음이 목구멍 사이로 새어나와 참으려고 했지만 그럴수록 아카시는 반응을 알아채고 더 심하게 마유즈미의 혀를 눌렀다. 마유즈미는 차라리 아카시 앞에서 헛구역질을 하고싶은 기분이 들었다. 즐거워보이는 그와 눈을 마주치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애썼다.




  고문같은 시간이 지나고 이내 손으로 할건 다 했는지, 고개가 점차 자신을 향해 가까이 다가오자 마유즈미는 돌렸던 시선을 바로해 아카시를 바라보았다. 이쯤에서 그만두라는 나름의 눈빛으로 쳐다보지만 그 한 켠에 소용없을거란걸 알기에 이내 멍하니 눈을 감아버렸다. 그 짧은 순간 내비춰진 감정의 의미도 놓치지 않았는지, 포획물을 완연히 자신의 손 안에 쥔 듯한 어린 맹수는 손으로 단단히 쥐의 목을 붙잡고 자신의 혀를 내밀어 진짜로 맛보듯이 핥아올렸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만찬을 즐기는 것처럼 눈을 감고, 한참동안 서로의 혀를 섞었다. 둘 사이에 농밀한 소리가 흐르고 타액이 뚝, 뚝 마유즈미의 짙은 교복 바지 위에 떨어졌다. 그 의미없는 부비댐에서 마유즈미도 애정없는 흥분을 느낄 때 쯤, 아카시는 작게 할딱거리며 겨우 한마디를 더 꺼냈다. 그는 그 답지 않은 붉게 상기된 표정으로 사랑스럽다는듯이 마유즈미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유즈미는 그게 맨 처음에 지었던 표정보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 이게 제일 좋아하지 않는 표정. 


"단 맛이 나. 키스란건, 정말 그렇구나." 

"그럴리가..." 


없잖아. 이건 일단 키스가 아니다. 뒷 말을 이어 하고 싶어도 또 다시 입으로 입이 틀여막혀진다. 본격적으로 밀착해오며 천천히 녹여 잡아먹을듯한 키스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기괴한 짓을 하는 녀석을 어떻게 하면 막을 수 있을지 마유즈미는 도저히 해결책을 강구해 낼 수가 없어서 그저 그에게 잡힌 손목만을 작게 떨었다. 무릎위의 책이 구겨져 맨 바닥으로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난 이렇게 이상하고 쓴 맛만 나는데. 역시 네가 이상한거야. 


그 말을 절대 꺼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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