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시 세이쥬로의 소실] ― 칠월 칠석 다음날, 마유즈미는 새로운 세계에서 눈을 뜨게 된다.
그것은, 아카시 세이쥬로가 없는 세계의 이야기.
[전화 한 통이면 당신을 불러낼 수 있어] ― 성탄절, 여름방학, 부활절, 발렌타인데이,
언제나 전화만 하면 당신은 나와준다.
[어느 인물의 관찰 수기] ― 모브 시점의 짤막한 관찰 일기 형식의 수기.
[만화 속 엑스트라가 된 줄 알았더니] ― 쿠로코의 농구 세계로 마유즈미가 트립했다는 설정의 이야기.
중단편집이므로 샘플은 추가하지 않습니다.
2. 농구부에서 나갈 수 없어!(매진)
후기포함 20p/소설/적먹/R19/단편/2000원(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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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부에서 나갈 수 없어!
아카시는 마유즈미를 서늘히 노려보고 있었다. 마유즈미의 표정은 읽기 어려웠다. 평소와 같았으니까. 다만 이 상황은 그에게 좋지 않았다.
"왜 농구부를 나간다고 했지?"
지금은 오월, 그가 다시 아카시에 의해서 재 입부하게 된 건 사월. 겨우 한 달도 안 됐는데 그는 자신에게 농구부를 다시 나가겠다고 했다. 이 정도로 근성 없는 자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아카시는 당장 그를 불러내 체육관의 라커룸에서 면담을 했다. 마유즈미의 입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
"이유를 말해, 그러지 않으면 용납할 수 없어."
아카시가 몇 번이나 추궁했지만, 마유즈미는 그저 묵묵부답이어서 속만 탔다.
"개인 사정이야."
"들어야겠어."
"…진짜로?"
확실히, 근성 문제는 아닌 거 같았다. 누군가에게 괴롭힘을 당한 것도 아닌 것 같았고─물론 재 입부해서 1군에 온 바로 직후에는 뒷말이 좀 돌았던걸 아카시도 알고 있었지만 그 후에는 잠잠해졌다.─아카시로서는 딱히 괜찮은 게 떠오르지 않았다. 가족의 이사? 부상?
"알았어, 말해줄게."
결국 꺾인 건 마유즈미였다. 숨을 내쉬며 마유즈미는 아카시와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안 믿겠지만."
"딱히 날 상대로 거짓말을 하리라곤 생각하지 않아."
"그런가."
그 조소는 누굴 향한 거였을까. 다만 그걸 예상하기도 전에 마유즈미는 다음 말을 내뱉었다. 아카시가 물어본 게 좀 후회될 정도의, 고백이었다.
"저번 주에, 귀가하다가 전차에서 추행 당했어."
"……."
"심한 건 아녔지만 놀랐고, …범인은 도망쳤지만 난 다친 곳이 없어. 일단은 말이다."
아카시는 차마 그래서? 라고 물어볼 수 없었다.
"다만 억지로 약이 삼켜져서 말이지."
"…약?"
"그래, 병원에 급하게 바로 갔지만 이미 몸에 흡수되었다고 하더라고."
마유즈미는 마치 남의 이야기를 하듯 말했다. 아카시에게는 그의 그 모습이 낯설었다.
그는 자기 자신을 제일 우선으로 하던 사람이었다.
"그게, 음. 별로 좋은 약은 아니어서 말이지. 농구를 못할 거 같다. 됐냐? 끝."
"잠시만."
말을 빠르게 마무리해버린 마유즈미를 보며 아카시가 당황한 듯 캐물었다.
"어떤 효과인지 알려주면, 최대한 나도 병원을 찾아서…"
"소용없어."
냉정히, 거절하는 말투에는 아카시조차 멈칫할 정도였다.
"…생명이 위험한건 아니지?"
"괜찮다니까, 단지 학교를 잠시 동안 못 나올 거 같아서 말이다."
"나는…"
"솔직히, 관두는 게 미안한데."
마유즈미는 머리를 긁적였다. 그래도 해야 할 말은 해야 한다고 결심했는지 입을 열었다.
"나도 양심이란 게 있으니까, 한 달 만에 그만두는 건 좀 그렇지…그렇지만 좀, 약이 그래서. 어쩔 수 ─."
"알려줘, 치히로."
마치 명령이라도 하듯, 그러나 말투는 완고히 아카시는 마유즈미의 말을 끊고 말했다.
"… …싫어."
"왜?"
"남이잖나. 당연하지. 책임 져 줄 거냐?"
"할 수 있다면."
그 말에 마유즈미는 얼굴을 찌푸렸다. 하지만 아카시는 정말로 가볍게 말한 게 아녔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해 주고 싶었다. 마유즈미는 입을 다물고 있다가 한참 뒤에 내뱉었다. 평소의 그의 입에서는 나오리라고 생각지 못한 내용이긴 해, 충격이었다.
"그게 '─'라도?"
3. 마유즈미 치히로는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
후기포함 36p/소설/먹적/단편/4000원(예상)
※취향타는 소재를 사용하였으니, 주의해주세요.(여장)
이 책의 내용 중 반 이상동안 해당 소재가 나옵니다.
D+1
"사귀어 주세요, 마유즈미 선배."
마유즈미 치히로의 불운의 시작이었다. 아침 식사를 하다 지각할 뻔 한 것도, 자주 쓰던 볼펜을 잃어버린 것도, 라노베 띠지가 구겨진 것도 다 그럭저럭 넘길 수 있었다. 하지만 걸려버렸다. 스킵 불가능한 이벤트에.
…아니, 이벤트가 아니다. 현실감이 들진 않지만 받아들여야만 했다. 마유즈미 치히로는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내쉬었다. 제 눈앞의 귀엽지 않은 후배는 줄곧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점심시간의 옥상에서는 운동장에서 만들어내는 소음조차 들리지 않았다.
"어이, 아카시. 음…."
신중히 말을 골라야만 했다. 장난도, 농담도 아닌 거 같았다. 그 어느 때보다 분위기가 진중했으니. 오늘이 혹시 만우절인가? 아니, 이 말은 별로다. 역시 무난한 건 미안하다, 려나.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그는 그 어느 때보다 빨리 이 자리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미안."
자, 이걸로 된 거다. 이제 곧 방학식이니 이후로 그를 만날 일은 거의 없을 거고, 어색한 사이가 되더라도 괜찮다. 원래부터 좋았던 때도 없긴 하다. 일부러 방학 전에 고백한 건가. 녀석 답지 않은 소소한 배려네─라고 마유즈미가 생각하고 있을 때 아카시가 다시 입을 열었다. 바람에 아주 조금 길어진 앞머리가 나부꼈다.
"이유를 말해 주세요."
이유? 마유즈미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거친 말이 나가기 전에 참으며 독백으로 이어나갔다. 이유는 많지, 진짜 스스로는 모르는 걸까.
"어울리지도 않고, 성격이 맞는지도 모르겠고, 난 네가 취향이 아니고, 성 정체성도 이쪽은 아닌 거 같아서 말이야."
너무 심했나, 하고 고민하다 마유즈미는 하늘을 보며 조용히 한마디를 덧붙였다.
"네가 괜찮은 녀석이란 건 알지만, 그건 이거랑 다른 거니까… 그리고 말이다, 사귀는 건. 으음, 비유하자면… 옷을 사는 거와 같은 거란 말이지. 텍을 떼면 반품하기 어렵잖아. "
"신중하시군요. "
"게다가 옷에는 감정을 주지 않지만, 사람에게는."
"쿨하신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칭찬으로 들으마."
마유즈미는 슬쩍 웃었지만 여전히 아카시는 진중한 표정이다. 분위기도 누그러지지 않아 마유즈미가 그럼 이만, 이라며 다시 반으로 내려가기엔 뭐했다.
"어울리지 않다는 것도, 성격에 대한 것도, 취향도 모두 절 좀 더 아시면 달라질 거라고 생각해요."
"…자신만만하시구먼. 그런 건 이제 와서 쉽게 안 변해. 이미 청소년기는 많이 지났다고."
"선배는 인생의 1/4도 살아오지 않으셨으니 변하실 가능성이 더 많죠."
역시 만만치 않은 상대다. 아카시가 다가와 마유즈미의 팔 한쪽을 꾹 잡았다. 아프지는 않지만, 역시 부담스러웠다. 게다가 인생 운운할 정도라도 되기나 하나.
"임시라도, 잠시라도 좋습니다. 방학동안만이어도."
"…왜?"
"좋아하니까."
짧지만, 마유즈미는 그 말에 현기증을 느꼈다. 이 녀석의 목소리로 직접 들으니 좋아한다는 말은 상상 이상으로 파괴력이 컸다. 그리고 무거웠다. 무서웠다. 이 손이 자신을 놓기는커녕 손아귀에 꽉 쥘 것만 같았다.
"선배가 불편하지 않도록 노력할게요."
이미 불편해!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이렇게나 각오하고, 제게 말하는 아카시에게 마유즈미는 약해졌다. 아니, 거의 넘어갈 뻔 했지만 제일 큰 문제가 남아있었다는걸 깨달았다.
"아카시, 음…그래. 아까 말한 세 가지는 네가 바꿀 수 있다고 했지. 기회를 줄 수 있긴 한데 마지막껀 어떻게 네가 할 수 있는 게 아니잖냐."
성 정체성에 관한 말은 진실도 거짓말도 아니었다. 청소년기 내내 여성의 부드럽고 풍만한 몸을 생각하며 마스터베이션을 하고, 흥분하고, 몇 차례 여자 친구도 사귄 적 있었으니 반은 진실. 그러나 남성과의 관계는 아예 생각조차 해 본적이 없다. 아카시의 논리대로라면, 웃기게도 '겪어보지 못했으니 모르는 것'이 되겠다. 미지의 세계였다.
"딱히…편견은 없지만 내 자신의 정체성이 그쪽일까 생각해보는 건 한 번도 안했는데."
아카시도 뭔가를 생각하는 듯 했지만, 이내 금방 대답이 나왔다.
"그 쪽도 노력하겠습니다."
"……."
아카시의 입에서 노력이라는 단어가 나오니 마유즈미는 묘하고도 신기했다. 그것도 자신으로 인해서. 저런 말은 해본 적 없이 모든 지간에 완벽히 해내는 게, 아카시일 텐데. 혹시 가짜 아카시가 아닐까 라는 의심마저 들었다.
"그래, 맘대로 해."
아카시는 팔을 높았다. 그리고 그제야 표정이 좀 풀렸다. 긴장한 건가, 마유즈미는 그가 옥상 문을 닫고 돌아가는 뒷모습을 보다가 난간에 기대어선 고개를 숙였다. 소리 없는 신음을 흘렸다. 저 녀석과 있으면, 안될 것도 그냥 넘어가버리는 일이 너무 잦았다.
D+3
첫 데이트…라고 할 수 있을까. 졸업식 이후에 개인적으로 만나는 첫 자리다. 그 동안 메신저로 마유즈미는 아카시와 짧게나마 제 조건을 피력했다.
사람 많은 곳에는 데려가지 않을 것.
데이트 장소로 두 사람의 집은 금지.
데이트 비용은 반반.
스킨십은 마유즈미의 맘이 정해질 때까지 금지.
…데이트라는 단어를 타자로 치는 것조차도 아직은 낯설었다. 아카시는 모든 조건에 알겠다고 했고, 아무 문제없는 듯 보였다. 이 날이 오기 전까진.
마유즈미는 자신이 조건을 더 걸었어야 했나, 하고 생각했지만 그랬더라도 이 상황을 예견하진 못했을 거라고 생각하며 입을 벌린 채 제 눈앞의 임시 연인을 바라보았다.
평소라면 머릿속 독백이라도 태클로 가득히 채웠을 텐데, 그마저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저 경악뿐이었다.
"아, 아카…시…?"
약속 장소인 역 앞엔 사람이 얼마 없었다. 일부러 번화가를 피해 잡았다. 할 말을 다 하고 싶었지만 스턴에라도 걸린 듯 마유즈미는 계속 혼이 빠져 나가 있었다. 아카시가, 사실 학교에서 남장여자였던걸까? …농구부 시절에 옷을 갈아입고 샤워를 하는 맨 몸을 몇 번이고 봤으니 그건 아니다. 그러면 결론은 한가지뿐이었다. 지금의 모습이 여장남자라는거.
하지만, 하지만. 그러기에는 너무나도 여성스러웠다. 감쪽같았다. 차라리 여자 쌍둥이 남매가 있다는 게 설득력이 있지 않을까? 거기까지 생각이 전개되자 아카시가 입을 열었다. 립스틱을 발랐는지 선명한 로즈 핑크색이었다.
"가요, 선배."
…익숙한 목소리를 듣자 겨우 안심했지만 동시에 의문은 더욱 더 솟아올랐다. 원래부터 이 취미를 가진 건 아닐까? 슬쩍 바라보자 제 궁금증을 풀어주듯 아카시는 작게 속삭인다.
"오늘이 처음이에요."
"…뭐가?"
"바지가 아닌 옷을 입는 것."
진정한 채로 마유즈미는 아카시의 복장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고급스러운 소재일 듯 한 검은 원피스형 여성용 코트, 무릎까지 내려오는 무늬 있는 흰 치마. 그 아래로는 커피색 스타킹에 갈색 부츠다. 긴 머리칼은 잘 정돈되어 등을 덮고 있고, 큐빅이 장식된 머리띠는 예쁘게 씌워져 있다. 코트 안은 캐시미어 원단의 목폴라인지 목까지 모두 가려진걸 보고선 마유즈미는 한숨을 쉬었다. 머리칼 사이로 고급스러운 보석이 달랑대는 거를 보아하니 액세서리까지 꼼꼼히 갖췄다. 지나가는 행인들 그 누구를 잡고 물어봐도 모두 미소녀라고 답할만한 그런 모습. 얼굴은 옅게 파운데이션을 바르곤 능숙하게 볼 터치와 눈 화장까지 한 듯 했다.
"난 이러라고 한 적 없는데…."
하지만 성 정체성에 대해 말한 건 마유즈미가 맞았다. 아카시의 이 모습은, 분명 그가 생각해냈을 해결책중 하나일 것이다. 배려였다.
"편히 생각하세요."
"…이런 모습을 해도 넌 아카시잖아."
둘은 나란히 거리를 걸어갔다. 아카시는 슬쩍 마유즈미와 팔짱을 끼며 몸을 가까이 했다. 달콤하며 은은한 향수 향이 나 마유즈미는 낯설음을 느꼈다.
"이런 모습을 해도 저지요. 선배가 말씀하시는 것과는 다른 의미로."
"……흠."
"어떤 모습이어도 저는 저인걸 포기하지 않습니다."
하는 말이 배우 같네… 마유즈미는 그렇게 생각하며 어딘가 비일상으로 끌려가는 기분인 채 영화관 안으로 함께 들어갔다.
4. last night succubus/R19
후기포함 20p/소설/먹적/단편 2편 모음/2000원(예상)
글쓴이의 개인적 해석 및 설정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순화되지 않은 성적 표현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어떤 설정이든지, 표현이든지 괜찮으신 분만 읽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1. LOCKER
……2. 여동생 근친 R19 루트를 타버렸는데요?
※2편은 다음 소재에 거부감이 없는 분께만
+후타나리, 여장
+노골적인 성 관련 언어 사용
+임신 드립
+캐릭터 망가짐
+모럴 없는 야망가st 쿠소 세계관
+이외의 많은 소재들에 거부감이 없는 분만 부탁드립니다. 취향과 맞지 않다고 해서 차후 작품/작가에 대한 불호 메세지는 받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