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유즈미 치히로 2019 생일 축하 기념 

3월 1일이 오지 않는다는걸 알아챘을때 나는 드물게 당황했다. 첫번째 루프때는 그냥 꿈이겠지, 라고 생각하던게 그 다음부터는 진짜? 거짓말이지? 가 되었고 세번째 쯤에서는 허둥대다가 아무것도 하지 못했으며 네번째부터서야 뭔가 좀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하지만 2월 28일에 갇혀버려 24시간이라는 감옥에 갇힌 수감자로서는, 뭘 할 여력이 없다. 여전히 대학생인 나는 목요일에 있는 강의를 가야하며, 저녁거리를 사 와 자취중인 집에 들어가고, 똑같은 뉴스를 보다 잠드는 날이 될 뿐이다. 강의를 빠지고 어딘가 멀리 가볼까, 미친 짓을 해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건 쉬운짓이 아니다. 소설 속의 녀석들은 주인공이니까 그런 짓을 할 수 있는거다. 나도 혼자 이 루프를 깨닫고 있는 거 보면 주인공일까, 절대로 주인공만큼은 사양이다. 분명 잘못 끼어든 모브 1 정도가 아닐까. 주인공님, 제발 사태를 해결해주십시오, 이런 기도도 해보기도 하고. 

아무튼 지금은 8번째의 28일이다. 나는 똑같은 강의실에 가서 졸다 왔고, 귀가하며 이제 거진 봄날씨가 된 거리를 걸어 슈퍼마켓에 가 오늘의 저녁을 사왔다. 메뉴는 그래도 어제가 아닌 어제와 다르다. 똑같은걸 먹는건 질색이다.

[정부는 이번 사태에 대해...]

똑같은 뉴스는 듣기 싫어 꺼버리자 정적이 찾아온다. 식사는 금방 끝나고, 나는 다시 정리를 한 뒤 책상 앞에 앉는다. 노트북이나 두들기다가 잠이 오면 자는게 익숙해져버렸다... 밤을 새본 적도 있지만, 소용 없다는걸 5번째 28일에서 깨달았다. 정말이지 괴상한 비일상이다. 미쳐버릴지도 모르지만, 아직까지는 제정신이다. 

내일 뭐가 있더라, 3월 1일. 나는 일부러 생각해보았다. 사실 생각할 것 조차도 없다. 생일이니까, 그렇지만 그게 내가 과연 갇힌 이유일까. 누가 이 사태를 만든걸까. 절대로 나는 아니다. 스무살 먹고서 자각하지 못한 초능력이라니, 참 재미도 없지. 

내 생일...뭔가 특별한게 있나? 부모님의 전화가 오겠고, 딱히 부를 친구는 없으니 혼자 맛있는거나 사먹으러 갈까 생각중이었다. 아카시는 못 온다고 했었고, ...아마 본가 관련이었던가. 시합 관련이었던가. 이틀전에 전화로 굉장히 미안해했었는데.

아.

[아카시, 그러니까 그거 하지 말아줘.]
"네?"
기숙사 방에서 나와 하늘을 보며 바깥에서 전화를 받자 연상의 연인은 알 수 없는 말을 해댄다. 저쪽도 자신이 너무 급하게 말했다고 싶은지 말을 고르며 끙끙대자 괜히 웃음이 나온다.
"뭘 하지 말아야 할까요?"
[넌...안 믿겠지만, 말이다. 지금 내가, 그러니까.]
"믿을게요."
[하아..]
난처함이 묻어나온 한숨에 그의 표정이 머릿속에서 그려진다.
[나, 루프하고 있어. 3월 1일이 안 와.]
"... ...네?"
[그런데 이유를 모르겠어서...내 생일이 안 와야 하는 이유가 뭘까.]
아카시의 머리는 명석하다, 특히 이럴때는.
처음 그가 했던 말과 연결짓자 금방 답이 나온다. 그가 생각하고 있는 것은 전화선만으로도 너머를 알 수 있다. 
"연인의 생일에 참석하지 못하는 슬픈 후배가 세계를 비틀어서 자신이 생일파티에 갈 수 있는 가능성을 연산하며 찾고 있는다는 설정을 바라시나요?"
[됐다, 됐어.]
"아뇨, 선배는 진지하시겠죠... 미안합니다. 곧 12시네요, 함께 전화하며 기다릴까요? 저는 내일이 올거라고 믿습니다."
[...30분간 통화해주려고?]
"안될것도 없죠."
[너만 내일로 갈 까봐 무섭다.]
"함께 갈테니까 안심하세요."
[그으래...고맙다.]
대화의 주제는 비교적 단순하다. 아카시의 부활동, 요즘 라쿠잔에 있던 큰 일. 진급하여 삼학년인 자신, 마유즈미가 외우게 된 뉴스 시사 내용들, 넷에 떠돌던 이야기들. 12시는 금방 다가왔다.
"만약 선배가 또 오늘을 되풀이하게 되더라도 제게 또 다시 말해주세요."
[왜?]
"분명히 어떤 저라도 선배를 도와드리고 싶을테니까. 한명보단 둘의 머리를 맞대는게 낫지 않겠어요?"
[...고마워. 아, 맞아, 아카시.]
"네?"
[진짜로, 이번 내 생일에 못온다고 해서...슬퍼할 필요 하나도 없으니까. 난 내 생일 날짜따위 신경 안 써. 2일에 네가 올 수 있다면 3월 2일이 내 생일이 될거야.]
아카시는 웃었다. 
그리고 자정 정각을 알리는 알림음이, 어디선가 세번 울었다. 
"사랑해요."
뛰어넘은 당신의 생일에는 어제와 같은 사랑을 고백하자.
하루하루가 더해져 갈수록, 차오르는 마음을 잊지 말고 토해낼 수 있길.
[...야, 임마. 역시 너지, 아카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