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에 그대의 힘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구석에 쳐박아두고 말 한번 섞지 않은 왕성 마법사에게, 갑자기 찾아와 그런 말을 해 봤자 어쩌란 말인가.
마유즈미는 끓이고 있던 물약통의 불을 줄이는걸 깜빡한채로 멍하니 그와 마주보고 있었다. -다음해부터 폐하의 명령으로 마법 연구비가 반으로 줄었어요, 마법사님. 그 말을 오년 전에 들었을때부터 마유즈미는 얼굴 한번 뵙지 못했던 그 폐하란 사람에게 호의는 도저히 가질 수 없게 되었던 사람인데. 갑자기 와서 저게 뭔 소리람.
'그나저나 내가 뭘 하는건지는 아는건가? 난 전투 마법사가 아니라고. 서클로 본다면야 3서클은 커녕 만년 5서클에 머물고 있는 녀석인데. 전투용으로 더 조건 좋은 일류 왕성 마법사들이 폐하 곁엔 가득할거다.' 마유즈미는 얼마 되지 않아 맘속으로 결론을 내렸다.
"망극하오나 폐하, 제 짧은 식견으로 생각하기에 폐하의 승리를 위한 전투에는 제 힘은 어울리지 않을 듯 하온데."
"그것은 내가 정한다."
색이 다른 양쪽의 눈을 가진 제왕은 한번 발톱에 걸린 것에 대해서는 풀어줄 생각이 없는 듯 보였다. 마유즈미는 한숨을 내쉬고 등을 돌려 책상 위에 어지럽게 놓여있던 묘약 주문서를 천천히 정리했다. 이건 나중에 다시 처음부터 시도해야겠구나.
"암요, 폐하라면야 다 옳죠."
"불만이라도?"
"폐하의 높고도 넓으신 지혜와 전략과 병술을 모르는 저에게 불만이 있습니다만."
"그렇다면야."
다음날, 궁 내에는 새로 임명된 수석 병참 궁정마법사의 소문이 돌았으나 아무도 그의 모습을 발견하지 못해 사실 인간이 아닌 존재가 아니냐는 소문이 돌고 돌았다. 창 밖의 맑은 하늘을 보면서 마유즈미는 순탄치 않은 자신의 앞날에 대해서 저주하고, 반 쯤은 사실 내심 기대하며 즐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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