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 보니 생각보다 자주 보러 오네. 라쿠잔의 주장님. 우리 에이스님은 챠리어카 태워준다 해도 절대 안오시는데 말야~"

"아아, 뭐. 바람쐴 겸 오는거라던데."


마유즈미는 들고있던 공을 타카오에게 패스하면서 슬쩍 벤치로 눈길을 돌렸다. 연습의 처음부터 끝까지, 외부인인데도 아카시는 그 자리에 앉아있었다. 지루하지도 않으려나. 오늘은 경기도 없고 그저 잡담에 가까운 연습을 하는 날인데. 마유즈미와 눈길이 마주쳤는지 아카시는 내리고 있던 고개를 슬쩍 들었다. 예상치못하게 미소짓는 아카시를 보느라 마유즈미는 타카오가 다시 보낸 패스를 받지 못하고 굴러간 공을 주으러 뛰어야만 했고, 낄낄 웃는 타카오의 웃음소리가 등 뒤에서 들렸지만 얄밉진 않았다. 데굴데굴 굴러간 농구공은 아카시의 발 쪽에서 멈춰있었다.


일주일에 한번씩 꼭 모이는, 각 학교의 선수들로 이루어진 농구 팀은 -여러 팀 명 제안이 나왔지만 세달째, 정식 명칭이 정해지지 않고 있었다- 생각 이상으로 죽이 잘 맞았다. 슈토쿠의 타카오, 요센의 히무로, 세이린의 키요시, 라쿠잔의 마유즈미, 카이조의 카사마츠. 매니저는 토오의 모모이. 나이도, 특기도 제각각이었지만 그 제각각인 개성이 부딛히지 않고 어울리면서 즐겁게 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었기에 '다시 농구를 할건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 라고 작년에 말했던 마유즈미마저 이 곳에 꼬박꼬박 출석하고 있었다. 마유즈미도 크게 티 내진 않았지만 '조금 더 만나고 싶다' 라고 느낄 정도로.  나이가 어린 팀원들은 꼬박꼬박 자신을 선배 대접 해줬고, 졸업생이라는 위치와 작년 윈터컵 결승전에서 본 그의 특기덕분에 경외심을 가지고 있는 팀원또한 있는 듯 했다. 마유즈미도 작년 같이 농구했던 무관 세명보다 이쪽이 조금 더 마음에 들었다는건 비밀이었다. 자신의 패스에 환호해주며 역시 마유즈미 선배! 하며 띄워줄땐, 괜히 어린애처럼 어깨가 으쓱거렸다.


-역시 즐거웠다, 농구가. 거 봐. 그만둘 수 있을리 없잖아. 더해서 자신에 대한 작은 조소도 보내보고.


"자, 다음은 드라이브 연습이다. 모여봐."


이곳에서도 주장이 되어버린 카사마츠의 말이 들려오자 마유즈미는 공을 줍지 못하고 서 있던 자신을 깨닫고 황급히 허리를 숙이려고 했지만, 먼저 농구공을 주워 건내주는 아카시가 있었다. 팀원들은 카사마츠를 중심으로 반대편을 보고 있을 때, 쪽- 하고 기습적으로 마유즈미의 볼에 살짝 입술이 닿았다. 아카시-! 하고 조금 소리를 지르려고 했지만 올려다보는 시선이 사랑스러워서 어쩌지 못했다. 열이 화악 달아오르는 듯 해 가만히 아카시를 바라보고 있자 아카시는 수건을 들어 마유즈미의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을 닦아주었다. 흰 수건 사이로 붉은 색이 보인다.


"즐거워 보여서 다행이에요, 마유즈미 선배."

"... ...야. 여기서 저기까지는 몇백미터가 채 안된다고."

"걱정 말아요, 아무도 모를테니까."


아니, 분명히 알거든? 저번 연습때도 너랑 나랑 손 잡은걸 본 듯이 히무로가 말을 걸어왔거든? 천연캐인 키요시는 놔두고, 그럴 상상을 못할 카사마츠도 놔두고 타카오랑 모모이는 다 아는 눈치거든? 으응?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마유즈미는 아카시에게서 한발자국 떨어졌다.


"선배."


카사마츠가 마유즈미의 이름을 부르며 어서 오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 마유즈미는 뒤돌기 전에 아카시의 입 모양을 읽었다. 나직하게 속삭이듯이 아카시는 또 다시 웃었다. 정말로 사랑에 빠진 소년같다면서, 캐릭터 붕괴 아냐? 라고 생각한 마유즈미는 화끈거리는 자신의 얼굴을 어떻게 숨기고 저 그룹에 낄지 걱정했다.


[다음엔 꼭 저랑 또 농구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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